최저임금, “서비스=공짜” 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2018년에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되었던 최저임금이 불과 1년만인 2019년도에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또 다시 두자릿수 성장률인 10.9% 상승했다. 복리로 계산하면 2년간 29% 인상된 것이다.(언론들이 왜 최저임금을 8,530원으로 이야기 하면서, 이를 월급으로 환산할 때 주휴수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지 잘 모르겠으나) 최저임금으로 한달을 일하는 경우 약 175만원의 급여를 가져가는 것이 법에서 정하는 최저임금이다.

게다가 이것도 저녁 10시 이후의 근무가 없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많은 음식점과 술집은 저녁 10시 이후에도 일하는 인력이 있는데, 이들은 1.5배의 야간근로수당을 받아야 하며, 이 경우에 급여가 더 상승하게 된다. 즉, 12시 (자정)까지 오픈하는 업장에서 일하는 어떤 근로자가 4시에 출근해서 8시간 근로 후에 12시에 퇴근한다고 가정하면, 200만원이 넘는 월 급여를 받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고용주는 한 사람의 직원을 고용하는데 175-200만원 수준의 급여를 주어야만 한다. 이는 (매출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서비스업에서 임금비중이 20% 수준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사람을 한명 더 고용할 때 약 850-1000만원 가량의 매출 상승이 기대되어야만 한다. (실제로 국내 500대 기업의 서비스업에서의 인건비 비중은 14%인데, 이것은 500대 기업이라는 대기업 내지는 중견기업과 같이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는 기업에서 측정된 것이라서, 너무 낮게 책정되었던 것 같다. 실제로는 25-35% 수준은 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는 ‘경험상’ 추정한다)

나 또한 2016년에 자영업 구조로 사업(수제맥주펍)을 창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의 길을 잠시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로 법인으로 전환하고 분점도 내고, 본사도 만들면서 나름 ‘기업’으로 발돋움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저임금 상승은 나에게도 무시무시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최저임금 인상의 논란이 을과 병의 대립으로 묘사되면서, 정부와 각종 단체들은 돌파구를 ‘갑의 희생’을 요구함으로써 찾으려는 듯 하다.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나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인도 사회적인 ‘희생’에 동참하여 자신들의 밥그릇을 조금씩은 양보해야 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폭에 대한 결정이 난지 불과 2-3일만에 급격하게 이야기가 ‘갑의 희생’ 쪽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흥미롭긴 하다.

JTBC 뉴스: “을과 을의 갈등 원치 않아”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언론과 정부의 해법이 아니라, 내 주변에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신규 구직자: “유경험자들과의 싸움, 점점 더 직장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확실한 것은 구직자들은 향후에 닥쳐올 구직난에 대해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현상은 사회에 이제 막 나오려고 하는 초년생들 혹은 알바로 일을 시작하려는 대학생 등에게 더욱 더 심한 것 같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 사람들은 정의대로 따르자면 사회에 갓 나오는 사회 초년생 + 알바대학생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였다.

이게 왜 문제냐하면 최저임금 바로 상위의 급여를 받는 사람들, 즉 최저임금이 2016년 6470원일 때에는 최저임금이 140만원 수준, 2017년에 7530원 일 때에는 160만원 수준, 그리고 이제 8350원이 된 후에는 175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 사람이 바로 윗 단계의 사람들과 직접적인 구직경쟁에 노출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2-3년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 불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급여만 주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 시장에는 많을 수 있다.

약 180-200만원 정도의 월 급여를 받던 사람들은 어쩌면 2016년에 6470원을 받으면서 일을 시작해서 지금은 3년차가 되면서 월 급여 180-200만원 정도를 받게 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어느 정도의 숙련도도 생겼을 것이고, 2-3년 정도 일한 곳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옮겨볼 생각도 슬슬 할 수 있다.

결국 지금 사회에 진출하는데 어쩔 수 없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과 알바로 직장을 구하는 대학생들은 초기 급여가 180만원 정도이고,  이미 사회에서 비슷한 일을 2-3년간 하던 사람도 현재 급여가 180만원 정도. 이 두 계층은 충돌하게 된다.

원래 최저임금이 서서히 올랐다면 최저임금 바로 윗단계의 상위 임금 계급의 임금도 천천히 올라서 그보다 더 높은 수준에 형성되었어야 했다. 아마도 그렇게 됐다면 소득주도 성장으로 인한 효과가 더 확실하게 나타났을 수도 있다. 사다리를 따라서 그 윗단계, 그리고 그 윗단계 역시 차례로 임금이 상승되면서 조금 더 여유가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너무 급격하게 최저임금이 상승되다보니 맨 아랫단계와 그 바로 윗단계의 2-3년차가 충돌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실제로 몇몇 최저임금 수준의 구직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기존 근로자: “사장님, 가격 인상만이 답 아닌가요?”

주변에 있는 많은 외식업 종사자들도 모두 이기주의자는 아니다. 이들도 자신들의 사장님들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서 곤란함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안다. 돈을 찍어내는 재주가 없는 자영업 사장님들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도 편안하지만은 않다.

‘결국 저희도 내년에는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지 않나요?’ 오늘 우리 직원들이 나에게 먼저 건내온 말이다. 2년간 거의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잘 유지해 왔는데, 약간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먼저 이런 말을 한다는게 조금 신기했고, 또 달리 반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올린다고 한들 몇퍼센트나 올려야 하나? 경쟁도 고려해야 하는데, 과연 가격을 올리는게 답일까? 그럴수록 여유가 있는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이야말로 이 기회를 노리고 가격을 유지하면서 작고 힘 약한 기업들이 고사하기를 바라지는 않을까?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오래된 외국인: “한국말에서 서비스는 공짜라는 뜻이잖아요”

참으로 인사이트 넘치는 말이었다. 한국 사회를 오래 겪어 보면서, 동시에 한국 밖에서 한국을 바라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이건 서비스에요’ 라는 말의 한국적 의역은 ‘공짜에요’ 이다. 한국은 서비스라는 말이 공짜로 해석될 만큼 사람들의 서비스업에서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두지 않는다.

나는 미국 팁 문화에 대한 큰 옹호자는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미국에 가서 서비스를 받으면 팁을 주기 전에, 내가 받았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된다.

한번에 ‘퉁’ 하고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일방적으로 떼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단해서 10-20% 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평가를 함으로써 팁을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중간에 평가 단계를 거치게 되면,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내가 받은 서비스에 대해서 한번 되새김하게 된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서 평가를 의무적으로 하는 단계가 생략되어 있다. 고객은 나중에 그 가게를 나오고 나서야 서비스가 어땠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다음번에 다시 그 가게에 방문할 때 고객이 생각해 주기도 하고, 그나마도 운이 나쁘면, 그 고객의 머릿속에서 우리의 서비스는 평가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가게의 주인은 뭔가를 공짜로 주면서 ‘서비스에요’ 라고 강조해야만 비로소 고객에게 서비스에 대한 리마인드 기회를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서비스는 한국에서 공짜를 뜻하고, 그만큼 서비스업에서 노동력은 평가절하된다.

내가 운영하는 매장의 본점은 원래는 테이블 서빙을 했다.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곳이었다는 말이다. 2018년 초에 최저임금이 인상되었고, 식자재 업체를 비롯하여 우리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많은 업체들이 가격을 올렸지만, 우리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그 대신에 우리는 셀프서비스로 바꾸었다.

손님들로부터 많은 불만들이 쏟아졌다. 심지어는 우리 직원들도 이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손님들이 불만을 토로하니, 직원들이 불편해 하는 것이다. 본인들이 몸을 고생해서라도 손님들의 불만을 해소하는게 낫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셀프서비스로 바꾸는 것이 우리 직원들이 제공하던 서비스의 가치만큼 가격을 올린 것과 같은 효과라고 본 것이었다.

셀프서비스로 바꾸고 나서 다행히 매출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은근한 기대만큼 매장의 테이블 회전율이 빨라지지도 않았다. 그 대신에 인력 효율성은 확실하게 증가했고, 한명의 직원도 자르지 않고, 맥주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었다. 연초에 오신 몇몇 손님들은 요즘 임금이 올라서 여기도 셀프로 바뀌었나봐.. 라고 말씀하시면서 이해해(?)주는 눈치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서빙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아직도 우리 운영회의에서 나오는 단골 안건 중에서도 하나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밀고 나갈 수 밖에는 없다. 일종의 문화와 분위기로 자리 잡을 때까지 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외식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종업원의 서비스에 대한 댓가를 내기를 바라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조금만 천천히

나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속도의 문제는 확실하게 있는 것 같다. 너무 급하게 밑에서부터 올리다보니 중간에 끼어 있는 직급들의 문제, 그리고 그들의 직급 및 급여수준에 맞춰서 경쟁해야 하는 최저임금수령의 당사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저임금이 지금보다는 천천히 인상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왜 꼭 임기내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