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성에 대하여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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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해외 프로젝트 중인데, 월요일 아침 비행기로 출국/ 금요일 저녁 비행기로 귀국을 한달 반정도 하고 있는 중이다. 워낙 비밀스런 프로젝트라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이 배우고 신기한 것도 많이 보고 있다.

문제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시달리다보니 조금씩 맘의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예전 직장에서부터 나는 스스로를 매우 robust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고, 또 주변의 피드백도 그러했다. 비즈니스의 큰 위기가 있어도 좀처럼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주변사람들도 칭찬해 주었고,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했다.

당연하겠지만 참을성과 마음속의 여유는 정확하게 비례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나는 마음속의 여유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경우보다, 무언가 밖으로부터의 시그널이 오는 경우에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비행기로 한국에 와서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차를 차고에서 꺼내고 외출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집 앞이 도로포장중이었다. 인부들이 하얀색으로 길 위에 무언가를 칠해 놓고, 나보고 차를 몰고 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차들한테는 미리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집 차고 안에 차가 있는 줄 몰랐단다.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났다.

연말이면 도로 포장을 다시 하느라고 쓸데없는 돈을 쏟는 구청에 화가 났고,
한마디 사전 공지도 없이 도로 포장을 하느라고 주민들의 차를 못 나가게 하는 것에도 화가 났고,
차고 안에 차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는 인부들에게 화가 났다. (도대체 차고 안에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건가?!)
1주일에 하루 이틀 밖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나의 와이프와 아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외출을 해야 한다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어린 아기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자가용 카시트에 아기를 앉히고 외출하는 것과, 아이가 택시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외출하는 것의 차이를…)

아무튼 이렇게 화가 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구청에 항의를 하겠다고 펄펄 뛰는 나를 와이프가 말린다. 그냥 택시 타고 가자면서..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딱히 누구에게 이 분을 풀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날 저녁,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이렇게 무언가에 분노를 느끼는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분노가 고작 토요일에 차를 가지고 외출할 수 없었기에 생겼다는 것도 조금은 우스웠다. 도둑을 맞은 것도 아니고, 외적이 나라를 침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분노 게이지가 치밀어 오른 것은 아마도 나의 마음속에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가지 더. 컨설팅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분단위, 시단위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만 마음이 급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럴때일수록 한걸음 물러서야겟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아침 비행기를 타고 가족과 떨어져서 호텔방에 혼자 이렇게 있다.
이번 주말은 나의 가족과 정말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절대로 화를 내는데 쓸데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생각해보니 조금 민망한게,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이런 일기 같은 글을 쓰고 앉아 있다.

One thought on “참을성에 대하여

  1. 저도 비슷한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공감하고 갑니다. 일과 삶의 완벽한 분리가 이뤄진다면 참 좋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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