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안에 코펜하겐에서 미켈러 5군데 돌기

 

 

코펜하겐에는 미켈러에서 운영하는 펍, 브루펍, 레스토랑, 칵테일바가 총 5군데가 있다. 즉, 미켈러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이 5군데가 있는 셈이다.

 

–       (Original) Mikkeller Pub

–       Mikkeller & Friends

–       Warpigs (Brew Pub)

–       Mikropolis (Cocktail bar)

–     ØL & BRØD

 

코펜하겐에 도착할 때  이 다섯곳을 모두 둘러보는 것이 목표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미켈러의 열렬한 팬은 아니다. 미켈러는 워낙 다양하게 맥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 중에서는 아주 좋은 맥주도 있고, 아주 별로인 맥주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미켈러가 맥주 문화를 비즈니스적인 담론으로 끌어올리는데 공헌을 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특유의 똘+아이 정신으로 무장한 채, ‘실험적인’ 맥주들을 만들어 내고 있고, 또 전세계를 돌면서 다양한 브루어리들과 콜레보레이션을 통해서 맥주 교류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1. Mikkeller & Friends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Mikkeller & Friends였다. 내가 머문 호텔에서 제일 멀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찾아갔다. 술을 많이 마신다음에는 호텔까지 다시 오는게 힘들 때도 있기 때문.

 

Mikkeller & Friends는 코펜하겐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었다. 이 곳의 이름이 Mikkeller & Friends 인 이유는 미켈러 맥주 이외에도 투올이나 3 Floyds 그리고 스웨덴의 Brekeriet Beer 와 같은 미켈러와 궁합이 잘 맞는 친구들의 맥주들도 많이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원목과 하늘색 계열의 페인트, 그리고 미켈러의 키치한 그래피들로 꾸며져 있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특성을 잘 살려서 아주 깔끔했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혼자, 혹은 두 사람이 와서 마실 수 있는 자리들도 많았고, 또 한편으로는 단체석들도 꽤 많았다. 겉 모습만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홍대 근처에 있는 커피숍이라고 생각될 만한 그런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탭에는 40여개의 맥주들이 꽂혀 있고, 장르는 정말 다양하다. IPADouble IPA 류가 약간 더 많이 있는 것 같고, 일반적인 포터나 스타우트류는 조금 드문 것 같기는 하지만 40개 정도의 탭이라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찾을 수 있다.

Mikkeller Drink’n in Berlin

3 Floyds Cimmerian Sabertooth Berzerker

(미켈러의 이미지 그대로)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안주도 조리가 필요 없는 칩이나 소세지류고 간단하게 오퍼레이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낮에 갔는데도, 내부는 70% 이상 차 있었고, 밖에서 햇볓을 즐기면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단 3명의 직원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는 점도 꽤 놀라웠다.오퍼레이션을 단순화하고, 탭에 집중하겠다는 제작자의 의도가 엿보였다고나 할까?

 

펍 바로 옆에는 바틀샵도 있는데, 펍에서 다 소화하지 못한 미켈러의 다른 맥주들이나, To Ol 등 다른 브루어리들의 맥주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켈러의 전용잔들도 판매하고 있어서, 나도 이 참에 미켈러 잔을 두개 장만했다.

 

  1. Mikropolis

 

그 다음으로 온 곳은 미크로폴리스. 이 곳은 펍이라기 보다는 칵테일 바에 가까운 곳이다. 물론 맥주도 판매하고 있지만, 2/3 정도의 메뉴는 칵테일에 할애하고 있다. 손님들과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텐더도 칵테일 전문이고, 맥주 전문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켈러와 투올의 좋은 맥주들이 10개 정도는 탭으로 있다. 그 외에는 Gin, tonic, Rum, Bourbon 등을 활용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한 칵테일들이 있는데, 맥주와의 칵테일은 아니라서 좀 아쉬웠다.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만점이다아주 작은 펍인데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너무 큰 펍 보다는 이렇게 작은 펍아니 바가 훨씬 더 마음이 편하다.

비록 메뉴에는 없지만맥주와 여러가지 다른 술들로 칵테일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칵테일을 만들어 준다나는 Witbier에 레몬에이드와 진을 섞은 칵테일을 마셨는데, 마침 Mikkeller & Friends 에서 20-30분 정도를 걸어온 후여서, 아주 refreshing하게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하지만 칵테일에는 아주 큰 관심이 없는 관계로 칵테일 한잔을 다 비우지도 못하고어제 저녁에 문을 연 Warpigs로 발길을 돌렸다.

 

  1. Warpigs (new open)

 

Indiana 에 위치한 Three Floyds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하는 미켈러는 서로 뭐가 그리 좋았는지 몇번씩이나 콜레보레이션 맥주를 만들더니 급기야 코펜하겐 한복판에 브루펍을 내기에 이른다

이 사건이 왜 의미가 있냐하면 미켈러가 코펜하겐에서 제대로 브루잉을 해서 맥주를 판매하기는 처음이기 때문. 지금까지 미켈러는 집시 브루어 혹은 고스트 브루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주자로서, 대부분의 맥주를 벨기에의 중소규모 브루어리에서 만들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코펜하겐 한복판에 제대로 된 브루펍을 낸 것이다.

주문을 받은 내용을 트레이에 깔아 놓은 종이 위에 적어준다

음식을 주문하면 바로 옆에서 술을 주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술을 주문한 곳 옆에 탭이 있다.

 

사실 직접 와서 보니 장비는 약 0.5톤 정도로 미켈러나 Three Floyds의 명성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이긴 했지만, 나는 오히려 거꾸로 한국에서 무조건 장비 올리려는 브루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미켈러와 Three Floyds의  첫 브루펍도 심지어 0.5톤이라니…

브루잉 장비는 생각보다 작았다. 케틀 옆에 수줍게 붙어 있는 3 Floyds의 스티커. 

오크통은 장식이자,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막아주는 역할(?)

이 곳의 재미있는 점 중에 하나는 안주가 굉장히 고기 중심이라는 점이다. 일단 브루펍 안에 들어서자마다 오른쪽에 안주를 주문하는 곳이 있고, 여기서 판매하는 안주는 대부분 립이나 소시지와 같은 고기류이다. 마치 정육점을 연상시키는 이 곳에서 안주를 주문하면 비로소 맥주를 주문하게 되고, 그 다음에 바에서 맥주를 픽업할 수 있다.

립을 시켰는데, 아주 실했다 

우리나라 펍에서는 아직 피클이 많이 사용되지 않는데, 외국을 다니다보면 피클도 아주 좋은 맥주 안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곧 우리나라에서도 피클 사용이 활발해 질 것 같다.

한국에 있는 미켈러 팬들을 가장 흥분시킬 수 있는 뉴스는 아마도 이 브루펍에서 판매하는 맥주가 미켈러의 기존 라인업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일 것이다.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수입되는 미켈러 맥주를 어느 정도 마셔본 맥덕이라면 해외에 나가도 미켈러 맥주에 대해서는 콧방귀를 끼면서, 굳이 사서 한국에 가지 않아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나 또한 그랬으니)이 곳에서는 완전 다른 이야기다. 오직 이 브루펍에서만 마실 수 있는 미켈러와 Three Floyds의 맥주들이 깔려 있다.

내가 처음 주문한 맥주는 페일 에일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로 한번 이 곳의 내공을 판단해 보고 싶었다. 미켈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부정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페일에일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를 때리는 아메리칸 홉의 아로마부터 시작해서 플레이버나 입안의 느낌 등 어느것 하나 나무랄데가 없는 아주 훌륭한 페일에일이었다. 탄산의 정도나 레이스도 훌륭해서 맥주를 마시는 동안 즐거움이 지속되었다.

이 곳에 와서도 종업원들과 이야기를 시작해서 좀 정보를 얻어 냈는데…

1년 전에 미켈이 이 장소를 보고, 보자마자 바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위치 그대로 한 쪽에는 브루잉 장비를,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고기 안주를 파는 컨셉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바로 Three Floyds에게 제안을 던져서 안주는 자기들이 알아서 할테니, 맥주를 Three Floyds보고 알아서 해 달라고 했고, 약 1년이  지난 후에 이렇게 브루펍을 오픈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Mikkeller 는 이 곳에서 하는 역할이 맥주보다는 안주 쪽이지만, 동시에 Three Floyds의 헤드 브루어가 이 곳으로 와서 20개의 맥주 중에서 16개 정도를 만들고 있으므로, 경험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안주 쪽은 정육점 아저씨를 내가 몰라보긴 했지만 나름대로 덴마크에서 엄청 유명한 쉐프라고 한다. 그가 여기서 판매되는 모든 안주를 관장하고 있고, Three Floyds의 헤드브루어와 상의를 해 가면서 이 곳의 안주 벨란스를 맞추고 있다고…

여기까지 듣고 내가 든 질문은 ‘굳이 Three Floyds의 헤드 브루어가, 이 먼 코펜하겐까지 와서 맥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의외로 대답은 간단했다.

 

‘it’s all about water chemistry’

 

그렇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던지 같은 몰트, 같은 홉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같은 물을 사용하기는 정말 힘들다. 인디애나에서 맥주를 만들때와 코펜하겐에서 맥주를 만들 때의 물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Three Floyds 헤드 브루어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했다. 정확한 과정은 모르지만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던걸 짐작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내가 들은 이야기의 전부이다.

 

  1. ØL & BRØD

 

이 곳은 미켈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위치는 미켈러의 오리지널 펍 바로 옆. 마침 호텔에서 걸어서 10분도 안되는 거리여서 둘째날 아침을 여기서 먹기로 했다.

인터레어는 깔끔 그 자체이다. 다른 미켈러 샵들보다도 더 절제된 편이다. 미켈러 펍들이 어떤 일관된 디자인 컨셉을 즐긴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는데, 그것은 파스텔톤 하늘색 계열의 색상 사용과 키치한 미켈러 캐릭터 디자인 (모자, 사람, 등) 그리고 촛불이었다. 이 레스토랑도 테이블마다 촛불이 가운데 놓여져 있었고, 다른 미켈러 펍들봐 훨씬 더 길고 우아해 보인다.

이 곳이 다른 미켈러 펍들과 다른 점이라면 아마도 쉐프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음식 주문은 물론이고, 맥주 주문에 있어서도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또 음식과 어떤 맥주가 페어링이 좋을지에 대해서도 아주 길고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메뉴는 맥주 안주로 곁들일 수 있는 간단한 음식들을 팔고 있는데, 예를 들면 Herring (이거 한국말로 번역하면 정어리였나?), 크림치즈, 삶은 달걀, 양고기 롤 같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중심이었다.

맥주는 약 10여종이 있었고, 미켈러 맥주 이외에 투올이나 Boon과 같은 다른 브랜드들도 1-2개 씩은 있었다. 브런치라서 Breakfast Stout를 먹어볼까도 잠깐 고민했으나, Mikkeller의 Breakfast Stout는 무려 7.5% ABV. 그래서 그냥 Belgian Wit으로 가볍게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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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온 헤링 요리는 미켈러 스폰탄으로 절인 헤링을 빵 위에 펴서 그 위에 Seabuckthron  하고 Dijonaise를 얹은 요리였다. 헤링이 맥주에 적절히 마리네이션이 되어서 그런지 전혀 비리지도 않고 아주 담백하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마요네즈 양이 조금 많아서 약간 느끼한 느낌도 조금 있으나, 그 위에 올려진 야채나 채소가 이를 잘 잡아준다.

다음으로 맛본 요리는 빵위에 크림치즈, 그 위에 감자와 감자칩, 그리고 피클이 된 버섯을 얹은 후에 럼피쉬 알을 듬뿍 얹은 요리였다. 크림 위에 상큼하게 피클이 된 버섯이 올라가 있는데, 또 중립적인 맛이 나는 포테이토까지 있어서, 약간 사우어 한 계열의 맥주와 함께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Mikkeller/To OlJuicebag (oud bruin ale, 7.7% ABV)를 주문해서 함께 마셨다. 자주빛이 도는 이 사우어 비어는 오래된 체리나 풀럼 맛이 많이 도는 맥주였다.  전반적으로 과일향이 지배하는 가운데, 홉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몰티한 노트는 살짝.

전반적으로 이 레스토랑은 맥주와 음식의 페어링에 대한 미켈러의 비전을 보여주는 곳인것 같다는 것이 내 느낌이다. 음식들도 맥주의 맛을 너무 해치거나 덮어 버리는 음식들이 아니라 맥주의 맛을 받쳐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아주 간단하게 준비되어 있지만, 음식의 퀄리티는 결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떨어지지 않는 정도다. 미켈러 오리지널 펍을 저녁때 가는 분이 있다면 오후 시간 정도는 여기서 좋은 음식을 곁들여서 한 잔 하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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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kkeller Pub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오리지널 미켈러 펍. 다른 장소들에 비해서 아주 크지는 않지만, 아늑한 곳이다. 혼자 혹은 둘이 앉아서 한낮부터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바텐더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내가 하루만에 다섯군데의 미켈러 스토어를 모두 돌고 있다고 하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사람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알고보니 플로리다 출신 미국인인데, 예전에 스페인에서 교환학생때 알던 친구들과 코펜하겐에서 모두 모인단다. 스페인, 덴마크, 스웨덴, 미국, 터키 등에서 온 친구들이 속속 도착했다. 나도 얼떨결에 이 친구들의 테이블에 합석해서 같이 맥주를 마셨다.

미켈러 펍은 사실 그렇게 특별할 것은 없다. 20여개의 탭 중에서 반 정도는 미켈러, 나머지 반은 투올 혹은 벨기에 브루어리들의 맥주들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있다보면 온갖 맥주 여행객들을 만나게 된다.

미켈러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이고, 미켈러의 펍들은 약간의 성지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이 곳에 있다보면 맥주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것 같다. 똘기로 똘똘 뭉친 미켈러, 그리고 그 친구들이 브루잉을 시작한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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